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라구나 비치라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라구나 비치는 절벽과 해변이 조화를 이루는 장관을 제공합니다. 이곳의 해안선은 단순한 모래사장이 아니라, 바위 절벽과 작은 만(灣)이 어우러져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일몰 시간이 되면 하늘이 붉게 물들며, 바다와 함께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라구나 비치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중에 경계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파도가 세게 다가왔습니다. 파도가 세게 다가와서 모래사장 위로 덮치는 것 같았지만 바닷물은 모래사장 앞에서 딱 멈춰셨습니다. 문득 성경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주님은 경계를 정하여 놓고 물이 거기를 넘지 못하게 하시며, 물이 되돌아와서 땅을 덮지 못하게 하십니다." (새번역 시편 104: 9)
만약 이 경계선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만들어진 경계를 지키지 않는다면 일대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바다의 물이 땅으로 모두 들어온다면... 바다와 땅의 융합이 일어날까요? 이로 인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바다와 땅의 경계가 있듯이 우리 인생에는 중요한 관계의 경계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경계선이 허물어지면 바닷물이 땅을 점경했을 때처럼 일대 혼란과 무질서과 일어나게 되는 것처럼, 관계의 경계선 역시 그 선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교회 공동체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관계가 깊어질수록 건강한 경계선(boundary)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계선이 없으면 감정적으로 소진되거나,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관계에서의 경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가르칩니다. 이번 글에서는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건강한 관계를 위한 경계선을 세우는 법을 살펴보겠습니다.
1. 성경이 말하는 관계의 경계선
기독교에서 관계의 기본 원칙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요한복음 13:34). 하지만 사랑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책임과 균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셨지만,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지는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바쁜 사역 중에도 홀로 기도하며 하나님과의 시간을 지키셨습니다(누가복음 5:16). 이는 우리가 관계에서 경계선을 세우는 것이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식으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마태복음 18:15-17에서는 다른 사람과 갈등이 있을 때 단계를 밟아 대화하고, 관계를 조정할 것을 권장합니다. 즉, 관계에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감정적인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위한 방법입니다.
2. 건강한 경계선을 세우는 4가지 방법
① 자신의 감정과 한계를 인식하기
경계선을 세우려면 먼저 자신이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부탁이나 감정적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면 쉽게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0:13은 "너희가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라고 말하며,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허락하신다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필요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
-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야.”
- “지금은 어려우니 나중에 이야기해도 될까?”
이런 식으로 자신의 한계를 존중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의 시작입니다.
② 솔직하고 단호하게 의사 표현하기
경계를 설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한 의사 표현입니다.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 상대방이 경계를 넘어서기 쉽습니다.
성경에서도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마태복음 5:37)라고 가르치며, 분명한 의사 표현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상대방이 불편할까 봐 계속 양보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
- “이런 방식은 나에게 부담이 돼.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 “나는 이 부분에서는 다르게 생각해.”
이렇게 말하면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경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
③ 무조건적인 희생이 아니라, 책임 있는 사랑 실천하기
기독교에서 사랑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갈라디아서 6:2, 6:5에서는 "서로의 짐을 지라"는 말씀과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는 말씀이 함께 나옵니다.
즉, 도움을 주되, 상대방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을 대신 떠맡지는 말라는 의미입니다. 경계를 넘어서 과도한 책임을 지게 되면 오히려 관계가 불균형해지고, 상대방도 자신의 몫을 감당하는 법을 배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예)
- "네가 해야 할 부분이니까 스스로 해보는 게 좋겠어."
- "내가 돕고 싶지만, 너도 함께 노력해야 해."
이렇게 하면 상대방에게도 책임을 맡기면서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④ 감정적 조종과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어떤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조종하거나, 죄책감을 주며 경계를 허물려고 합니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사람을 기쁘게 하기보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라"(갈라디아서 1:10)**라고 말씀하며, 우리가 사람의 기대에 끌려다니지 않도록 경계할 것을 가르칩니다.
만약 누군가가 “네가 날 정말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야 해”라며 죄책감을 준다면, 그 요구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인지 먼저 분별해야 합니다.
예)
- "나는 널 사랑하지만, 내 신앙과 가치관도 중요해."
- "네 감정을 이해하지만, 내가 무조건 희생할 수는 없어."
상대방의 감정을 존중하되, 자신의 신앙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